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I 영화는 누가 만드나? 유토파이 스튜디오(Utopai Studios)와 PAI 2.0

AI 이야기/요즘 소식

by 사이 (SAI) 2026. 9. 23. 10:46

본문

AI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한동안 사람 없이 컴퓨터가 알아서 영화를 뽑아내는 쪽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자료를 들여다보니 그림이 꽤 달랐습니다.
사람이 거의 다 만들고, AI는 그 과정을 거드는 쪽에 가깝더군요.

영화 촬영 현장과 AI 편집실이 한 공간에서 맞닿아 있는 장면

유토파이 스튜디오, 어떤 회사인가

오늘 소개할 곳은 유토파이 스튜디오(Utopai Studios)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글로벌 AI 스튜디오로, AI 기술과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을 결합해 영화와 TV 시리즈를 만듭니다.
회사는 스스로를 콘텐츠 기획과 개발부터 투자, 제작, 배급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독립 AI 네이티브 영화·TV 스튜디오라고 소개합니다.

시작은 2022년이었습니다.
공식 회사소개에 따르면 처음에는 사이버(Cybever)라는 이름으로 게임과 프리비주얼용 3D 배경을 만들던 곳이었고, 2025년 여름에 지금의 스튜디오로 간판을 바꿨습니다.
현재 구성원은 80명 이상이고, 제작 엔진으로 PAI를 씁니다.

규모를 짐작할 만한 숫자도 있습니다.
포브스는 2026년 5월 기사에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멜로 앤서니의 크리에이티브 세븐 프로덕션이 투자에 참여한 시점의 평가액입니다.

유토파이 스튜디오가 만드는 제품을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 화면
이미지 출처: 유토파이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AI가 창작자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

AI 콘텐츠 제작이 늘어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걱정이 있습니다.
사람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죠.

유토파이 스튜디오가 내세우는 방향은 그 반대입니다.
창작자가 제작을 주도하고 AI가 이를 지원하는 이른바 창작자 중심(artist-first) 방식입니다.
이야기와 스타일, 연출에 대한 결정권은 창작자에게 두고, AI는 상상한 장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말로만 그런 건 아닌 모양입니다.
이 회사 COO는 2026년 7월 시네유로파 인터뷰에서 제작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건 정말로 AI 보조입니다. AI는 아직 연기를 잘 못합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스토리보드와 캐릭터, 키프레임은 사람이 직접 그린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도 실제 배우의 모션 캡처를 쓴다고 덧붙였고요.
저는 '창작자 중심'이라는 문구보다 이런 설명이 훨씬 와닿았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공정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제작 엔진 PAI,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회사의 AI 콘텐츠 제작에서 중심에 있는 건 자체 개발한 PAI입니다.
공식 회사소개는 이 이름을 Production Assistive Intelligence, 우리말로 생산 지원 인텔리전스라고 적고 있습니다.
대체가 아니라 지원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PAI는 짧은 클립을 뽑는 도구와는 결이 다릅니다.
스토리 기획과 비주얼 개발부터 에셋 제작, 스토리보드 구성, 영상 생성과 편집까지 영화 제작의 여러 단계에서 쓰입니다.
지난 6월 공개된 PAI 2.0은 장편 제작에 필요한 기능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공식 제품 페이지에 적힌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4K 영상 길이는 최대 180초, 캐릭터의 외형은 장면이 바뀌어도 유지됩니다.
클립 하나에 키프레임 후보를 아홉 개까지 제시하고, 결과물은 프리미어 프로나 다빈치 리졸브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장편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 연속성입니다.
캐릭터와 장소, 장면이 앞뒤로 어긋나지 않게 유지하는 일이죠.
PAI 2.0은 그 지점을 강화했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PAI 2.0의 주요 기능을 소개하는 공식 제품 페이지 화면
이미지 출처: 유토파이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개발 쪽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대목이 재미있을 겁니다.
상위 라인인 PAI Pro는 명령줄 기반이고, 공식 안내에 적힌 호출 대상에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 같은 코딩 에이전트가 들어 있습니다.
2026년 6월 출시 보도자료에서 이 회사 CSO가 쓴 표현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PAI 2.0으로 우리의 목표는 미디어 생성 분야에서 '클로드 코드 모먼트'를 촉발하는 것입니다.

작품마다 AI가 맡는 자리가 다릅니다

AI 스튜디오라고 하면 모든 작품을 같은 방식으로 찍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주요 프로젝트를 나란히 놓으면 AI의 역할이 작품마다 다르게 설정돼 있습니다.

작품 형태 AI가 맡는 자리
하프 문 한·독 합작 실사 장편 감독 연출과 배우 연기가 중심, 일부 시각 요소에 PAI를 보조적으로 활용
가장 진지한 방귀 장편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디자인·스토리보드·애니메이션을 아티스트가 주도, AI가 제작 과정 지원
코르테스 역사 대작 방대한 제작 규모와 비용 등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
서유기: 잃어버린 500년 애니메이션 시리즈 AI를 주요 제작 방식으로 활용
스페이스 네이션 8부작 SF 시리즈 할리우드 길드 기준에 맞춰 제작, 2027년 공개 예정

맨 윗줄과 아랫줄을 비교해 보시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실사 장편에서는 AI가 배경 일부만 거들고,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는 제작의 주된 방식이 됩니다.
작품의 성격과 창작자의 필요에 따라 AI의 역할과 범위를 달리 잡는 것, 이게 이 스튜디오의 방식입니다.

각 작품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하프 문(Half Moon)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양효주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북해의 외딴 섬에서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 소녀 예리와 이모 아진을 통해 외로움과 가족의 상처, 치유를 그립니다.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중심이고, 감독이 구상한 장면을 구현하는 데 PAI를 보조적으로 씁니다.

가장 진지한 방귀(The Most Serious Fart)는 어린이책이 원작인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늘 웃음거리로 여겨지던 '매우 진지한 방귀' 지그프리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원작자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크 벤더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높은 제작비 때문에 수년간 영화화가 어려웠던 기획인데, AI 기반 제작 방식으로 길이 열린 경우입니다.

편집실에 사람이 그린 스토리보드와 AI가 만든 장면이 나란히 걸린 모습

지금 바로 볼 수 있는 결과물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장편들은 2027년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입니다.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2027년에 영화 세 편과 시리즈 두 편이 공개될 예정이고, 회사 발표 기준으로 개발·제작 중인 프로젝트는 스물다섯 개입니다.

그럼 지금은 볼 게 없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식 유튜브에 오리지널 단편이 여러 편 올라와 있거든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시부야역에서 주인을 기다린 개의 실화를 옮긴 애니메이션 단편 '하치코'입니다.
4분 57초 분량이고, 같은 채널의 1분짜리 메이킹 영상은 조회수가 본편보다 다섯 배 많습니다.

영상 출처: Utopai Studios 공식 유튜브

저도 자료를 읽기 전에 이 5분을 먼저 봤습니다.
설명을 길게 읽는 것보다 이게 빠르더군요.
AI 영화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하셨다면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한국이 아시아 거점입니다

한국 독자에게 가장 가까운 대목은 APAC 조직입니다.
유토파이 스튜디오의 아시아·태평양 사업은 한국을 거점으로 운영되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역내 크리에이터들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화와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개발합니다.
서울이 아시아 지역의 주요 창작·제작 거점 역할을 합니다.

순서를 따라가 보면 전략이 보입니다.
2026년 APAC 부문은 서울에 기반을 둔 제작사 알키미스타 미디어(Alquimista Media)를 인수해 각본 기반 프로젝트 15편 이상과 한국 창작 팀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8월, 박현 APAC 사장 선임이 발표됐습니다.

박현 사장의 이력이 이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사업부문장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국내 TV 제작 사업 공동 총괄을 지냈고,
북미와 중남미에 한국·아시아 콘텐츠를 소개한 스트리밍 플랫폼 드라마피버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알키미스타 미디어를 세운 사람도 그입니다.

최근작도 성과를 냈습니다.
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알키미스타가 제작한
스테파니 안 감독의 영화 베드포드 파크는 배우 손석구와 최희서가 출연했고,
202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신인작 특별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가 배급권을 확보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의 창작 생태계와 글로벌 제작 역량,
AI 기반 제작 인프라를 연결해 지역 콘텐츠를 세계 시장으로 밀어 올리는 구조입니다.
앞서 소개한 하프 문도 그 위에서 진행 중이고, 2026년 하반기 독일 촬영을 거쳐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작품 슬레이트, 하프 문 화면
이미지 출처: 유토파이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AI 영화를 둘러싼 시선

AI 제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제작 현장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유토파이 스튜디오가 이에 답하는 방식은 결과물이 아니라 공정입니다.
8부작 시리즈 스페이스 네이션은 할리우드 길드 기준에 맞춰 제작하고 있고, 모든 장편·TV 프로젝트에 실제 작가와 감독, 배우가 참여합니다.
일본 DeNA와의 애니메이션 협업에서도 스토리와 비주얼 스타일, 연기, 톤에 대한 최종 승인권은 DeNA 아티스트가 갖습니다.

기술을 어디까지 쓸지 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결국 그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 회사의 답은 일관돼 보입니다. 정하는 쪽은 창작자입니다.

정리하며

유토파이 스튜디오는 AI를 창작자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상력을 넓히는 도구로 씁니다.
시간과 비용, 제작 규모의 한계를 줄여 기존에는 만들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실제 작품으로 옮기는 것.
이 글로벌 AI 스튜디오가 지향하는 AI 영화 제작 방식은 그쪽에 가깝습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신다면 위에 붙인 5분짜리 단편을 보시는 걸 권합니다.
더 궁금하시면 유토파이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와 뉴스룸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7년에 첫 장편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저도 기다려 보려 합니다.

* 본 포스팅은 유토파이 스튜디오로부터 원고료 및 제작 자료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