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침을 80% 지웠는데 AI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

AI 이야기/이렇게 쓴다

by 사이 (SAI) 2026. 7. 30. 21:19

본문

728x90
반응형

AI가 같은 실수를 할 때 가장 쉬운 처방은 지침을 한 줄 더 붙이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표의 셀 여백을 10픽셀로 해.” “본문 글자는 이 크기를 써.” “링크는 확인된 것만 넣어.”
처음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 지침 파일은 설명서가 아니라 창고가 됩니다. 비슷한 규칙이 세 군데에 있고, 예전에 맞았던 규칙과 오늘 고친 규칙이 충돌합니다. AI는 정보를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Anthropic이 Claude 5 세대에 맞춰 공개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Claude Code의 시스템 프롬프트를 80% 넘게 덜어냈는데도 코딩 평가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를 “프롬프트는 대충 써도 된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정확한 뜻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모델이 매번 읽어야 할 정보와 필요할 때만 꺼내 볼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꺼운 지침 더미에서 핵심 카드 몇 장만 골라내는 장면
좋은 AI 지침은 모든 상황을 미리 적어 둔 백과사전이 아니라, 지금 판단에 필요한 신호를 빨리 찾게 해주는 안내판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AI에게 보여주는 건 질문 한 줄이 아니다

사용자는 채팅창에 쓴 문장만 AI가 읽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에이전트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한꺼번에 봅니다. 서비스의 시스템 지침, 프로젝트 규칙,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설명, 이전 대화, 자동으로 저장된 메모리까지 합쳐져 하나의 컨텍스트가 됩니다.
컨텍스트는 회의실 책상과 비슷합니다. 필요한 계약서 세 장만 올려두면 바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관련 문서와 오래된 초안, 다른 프로젝트 메모까지 백 장을 펼치면 정보는 더 많아졌지만 일을 시작하기는 어려워집니다.
모델의 입력 한도가 충분히 크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읽을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서로 비슷한 문장이 반복되면 최신 규칙보다 오래된 규칙을 따르거나, 강한 금지 문구에 눌려 필요한 행동까지 멈출 수 있습니다.

지침이 많을수록 자주 생기는 네 가지 문제

중복같은 규칙이 여러 파일에 반복됨단일 원본만 남김
충돌어제 규칙과 오늘 규칙이 다름우선순위와 최신 기준 명시
과도한 예외특정 사례를 일반 규칙처럼 적용스킬·참고자료로 분리
낮은 신호핵심 행동보다 설명이 더 김판단 기준과 완료 조건만 앞에 둠

제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충돌입니다. AI가 규칙을 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두 규칙 중 하나를 선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또 금지 문구를 추가하면 충돌이 해결되지 않고 세 번째 규칙만 늘어납니다.

지침·스킬·참고자료를 한 파일에 넣지 말자

정리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거의 모든 작업에 필요한 것은 상시 지침에 둡니다. 특정 요청에서만 필요한 절차는 스킬로 분리합니다. 긴 예시, 표준 코드, 체크리스트 원문은 참고자료에 둡니다.
블로그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확인하지 않은 링크를 만들지 않는다”는 모든 글에 적용되므로 상시 규칙입니다. “티스토리 표는 헤더와 셀 여백을 어떻게 넣는다”는 글 제작 스킬 안에 두면 됩니다. 긴 HTML 예제와 발행 스크립트 사용법은 필요할 때 읽는 참고자료가 어울립니다.
이렇게 나누면 규칙을 삭제하지 않고도 평소 컨텍스트를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불러오는 시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상시 지침과 스킬과 참고자료가 세 서랍으로 나뉜 작업실
728x90

세세한 명령보다 판단 기준이 오래간다

오래된 지침 파일에는 “A 상황이면 B를 하고, C 상황이면 D를 하라”는 문장이 계속 늘어납니다. 이런 규칙은 작성 당시에는 정확하지만 도구와 화면이 바뀌면 금방 낡습니다.
Anthropic은 주변 코드와 어울리게 작성하라는 식의 맥락 기반 기준을 강조합니다. 블로그라면 “무조건 소제목을 여섯 개 넣어라”보다 “독자가 한 번에 한 질문의 답을 찾게 나눈다”가 더 오래가는 기준입니다. 전자는 개수를 채우게 하고, 후자는 구조를 판단하게 합니다.
다만 판단 기준만 남기고 구체적인 완료 조건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표를 보기 좋게”는 너무 모호합니다. “표는 14픽셀, 셀 여백 10픽셀, 헤더 배경은 지정 색상”처럼 실제 오류를 막는 불변 조건은 정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좋은 지침은 유연한 판단 기준과 절대 틀리면 안 되는 불변 조건을 구분합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묶지도 않고, 모든 것을 감각에 맡기지도 않습니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30분 정리법

지침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쓰려고 하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순서로 기존 문장을 분류하는 편이 빠릅니다.

  1. 같은 뜻이 두 번 이상 나온 문장을 표시합니다.
  2. 서로 다른 값을 요구하는 규칙을 찾아 최신 하나만 남깁니다.
  3. 특정 작업에서만 쓰는 절차는 별도 스킬로 옮깁니다.
  4. 긴 예시는 참고자료로 빼고 지침에는 링크와 사용 조건만 둡니다.
  5. 마지막에 완료 여부를 기계적으로 확인할 검증 항목을 남깁니다.

여기서 핵심은 한꺼번에 줄이는 비율이 아닙니다. 지운 뒤 실제 작업 세 개를 다시 실행해 결과가 유지되는지 보는 것입니다. 성능이 떨어지면 필요한 신호를 너무 많이 지운 것이고, 차이가 없다면 그 문장은 상시 컨텍스트에 있을 이유가 약합니다.

중복 규칙을 걷어내고 세 개의 실제 작업으로 재시험하는 장면
반응형

제 생각은 ‘짧게’보다 ‘필요할 때 정확하게’다

80%를 지웠다는 숫자는 강렬합니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지침의 80%를 없애야 한다는 공식은 아닙니다. 법률, 보안, 발행 자동화처럼 실수 비용이 큰 작업은 상세한 불변 조건이 필요합니다.
제가 받아들인 메시지는 “짧을수록 좋다”가 아닙니다. 매번 읽힐 이유가 없는 내용을 매번 넣지 말자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 정확한 스킬과 참고자료를 불러오고, 평소에는 목표와 판단 기준을 선명하게 유지하는 쪽이 맞습니다.
이 방식은 모델이 좋아질수록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강한 모델은 수십 개 예외를 외우게 하기보다 주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게 할 때 장점을 더 잘 씁니다. 사람에게 모든 경우의 수를 적은 매뉴얼만 주는 것보다 원칙과 도구를 함께 주는 편이 나은 것과 같습니다.

가벼운 안내판을 들고 필요한 자료실로 이동하는 AI 작업자

결론

AI가 지침을 자꾸 놓친다면 더 강한 문장을 추가하기 전에, 이미 들어 있는 지침이 서로 싸우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시 지침에는 목표, 우선순위, 불변 조건만 둡니다. 특정 절차는 스킬로, 긴 예시와 상세 설명은 참고자료로 옮깁니다. 그런 다음 실제 작업으로 결과를 비교합니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말을 멋지게 거는 기술이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보만 작업대 위에 올려두는 정리 기술에 더 가깝습니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